엘테나가 주문을 외웠어! "엘테나, 밀란트로나프시쿠세지!!!"
이 주문 때문에 거의 몸이 마비될 뻔했어. 하지만 내 안의 모든 힘을 다해 버텼지. 그래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핑핑 돌았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균형을 잡았지.
아버지가 그 엄청난 마법사, 엘테나를 만나서 산 채로 잡아오라고 하셨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야? 젠장, 걔는 마녀 여왕이라고! 들은 바로는 마녀 여왕이 제일 짱이고, 걔를 이기려면 제일 쎈 놈이 와야 한다던데. 그럼 여기서 해야 할 사람은 나 말고 아버지 아니었나? 한 시간 넘게 싸웠는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됐어.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고 조심했는데, 그것도 안 먹히더라고.
이번 전쟁은 내가 생각했던 거랑 완전 달라. 내 능력 밖이야. 마녀들이 이렇게 쎄다는 걸 아무도 안 알려줬어. 조심하라고 들은 건 마녀 여왕뿐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걔한테 당하는 꼴이잖아.
내 남자들을 보니까 전부 죽어 있었어. 엘테나는 주문 한 번으로 걔네를 날려 버렸지. 아, 진짜 마녀들 꼴도 보기 싫어! 이제 이 마법사랑 나 혼자 남아서 싸워야 해. 쟤네는 우리 싸움을 구경만 하고 있고.
이미 엘테나한테 한 방 먹었지만, 나도 저 남자들처럼 죽을 수는 없다고 다짐했어.
"데크프레나실라 텐트크로폰시테 레프트 센스 렘 만투쿠클루스위라 시나!!!!" 또 엄청난 주문 소리가 들렸어.
"안 돼!!!" 내가 소리 질렀어.
이 여자한테 또 당할 순 없어. 최선을 다해야 해.
내 함성에 엘테나가 날아가면서 땅에 세게 부딪혔어. 그걸 보니까 희망이 생기더라. 엘테나가 정신 차리기 전에 얼른 달려가서 목에 칼을 겨눴어. 걔가 살짝 뒤로 물러섰지만, 난 계속 따라갔지.
"한 마디만 더 해봐. 그럼 네 목을 그어 버릴 테니까." 내가 소리쳤어.
엘테나는 날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안 했어. 위를 올려다보니 쟤네 패거리는 구하러 올 생각도 안 하는 거 같았어. 도대체 뭘 꾸미는 건지 궁금했지.
"자, 이제 일어서서 내 왕국으로 따라와. 네 개들한테 따라오지 말라고 해. 안 그럼 늑대 밥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내가 협박했어.
저 늙은이 얼굴에선 두려움 대신 희망이 보였어. 그래서 빡쳤지. 감히 내 칼을 안 무서워하다니. 내 칼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엘테나 같은 마녀는 알아야지. 용의 숨결로 만든 칼인데! 엄청난 힘이 실려 있거든. 아버지는 평범한 전쟁에는 못 들고 가게 했는데, 오늘은 허락해 줬어.
엘테나, 아무리 쎄도 결국 여자일 뿐이야. 난 알파 왕자고, 모두가 나를 두려워해야 해. 엘테나의 비웃음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어.
"감히 날 비웃어?" 화가 나서 물었지.
"평생 이걸 기다렸어요." 엘테나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어. 그러다 내가 죽기를 기다렸다는 뜻인가 싶었지. 아버지는 내가 궁 밖으로 나가면 맨날 혼냈어. 죽일 듯이 벌을 주기도 했고. 아버지는 내가 표적이 됐다고 하는데, 솔직히 내가 피해야 할 사람은 아버지 같아.
"닥쳐!" 이를 악물고 말했어.
지가 위험한 주제에 감히 협박을 해? 걔가 아무리 쎄도 내가 주문이 끝나기 전에 목을 그어 버릴 수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는데, 엘테나가 갑자기 달려들더니 칼이 목에 박혔어.
"안 돼!!!" 내가 비명을 질렀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버지가 내 머리 날릴 거야. 이미 죽이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잖아. 내가 안 했다고 누가 믿겠어? 날 보고 있는 쟤네 빼고는. 쟤네를 쳐다보니까 울고 있더라.
"쟤네 정신 나갔나?" 생각했어.
울고 있을 때가 아닌데. 여왕을 구하려는 시도를 해야지.
"아들아, 네게 더 중요한 일을 한 거란다. 너와 우리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내 목숨을 바치는 거다." 엘테나가 힘없이 말했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난 네 아들 아니거든!" 내가 쏘아붙였어.
엘테나는 웃었고, 그 웃음이 너무 어이없었어. 죽을 때 웃는 놈이 어딨어? 그래, 마녀 왕국은 다 웃기지. 저것들은 지네 리더가 죽어가는 걸 구경만 하고 있잖아. 쟤네는 걔를 지켜야지. 왕이 아니라 여왕이 있고, 지금 그 여왕이 자살했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예언을 이루렴, 소년아." 엘테나가 말했어.
"무슨 예언?" 내가 소리쳤어.
이 여자를 구할 방법은 없었어. 늑대인간이라 해도 내 칼에 맞으면 안 나을 텐데. 너무 빡쳤어.
"시간 없어, 소년아. 예언은 너에게 올 거다." 엘테나가 말하고 다른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어.
"잠깐! 멈춰! 더 이상 말하지 마!" 계속 소리쳤지만, 엘테나는 내 말을 안 들었어.
그때 뭔가 이상한 걸 느꼈어. 그리고 아래를 보니 내 칼이 빛나고 있었어. 무섭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러더니 갑자기 빛이 내 몸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정신을 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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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정신을 차려보니 내 부하들이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려고 흔들고 있었어. 눈을 떴지.
"살아있다!" 걔네가 기뻐하며 소리쳤어.
몇 분, 아니 몇 시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벌떡 일어났어. 얼마나 기절해 있었는지 모르겠어. 주변을 둘러보니 마녀들의 흔적은 하나도 없었어. 심지어 엘테나의 피 한 방울도 없었지. 그러다 내가 꿈을 꾼 건가 싶었어. 내 칼은 옆에 놓여 있었어.
"엘테나는 어디 있어?" 내가 물었어.
"죽었습니다." 부하 중 한 명이 대답했어.
엘테나가 죽기 전에 걔네를 죽였다는 것도 기억났어.
"너넨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엘테나가 죽였다며?" 내가 물었어.
"네, 죽이긴 했는데, 폐하께서 엘테나를 죽이자마자 다 살아났습니다." 지휘관이 대답했어.
너무 혼란스러웠지만, 고개를 저었어. 내가 하지 않은 일에 공을 세울 순 없었어.
"내가 죽인 거 아니야. 엘테나가 내 칼로 자살한 거야." 내가 정정했어.
걔네는 안 믿는 거 같았어. 왜 적을 죽인 게 죄책감이 드는지 모르겠어. 처음도 아니고, 늑대인간도 아닌데. 우리 왕국을 위협하는 놈들은 많이 죽였거든. 그런데 왜 마치 죄 없는 사람을 죽인 것처럼 죄책감이 드는 걸까? 마녀들은 가장 잔혹하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어쨌든 죽었으니 더 이상 위협은 없겠지." 한 명이 말했어.
걔를 노려보자 걔가 고개를 숙였어. 내가 이상하게 행동하는 건 알지만, 지금 내 정신 상태는 너무 불안했어. 일어서서 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다.
알고 싶다면 말해줄게. 난 늑대고, 아버지는 알파 킹이시고, 난 유일한 알파 왕자야. 우리 왕국은 엄청 큰데, 부와 권력을 다 가졌는데도 난 행복한 왕자가 아니야. 내가 행복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아버지가 날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야.
날 너무 싫어해서 어릴 때부터 밤낮으로 괴롭혔어. 어머니가 자주 부탁하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그 미움을 숨기지도 않았을 거야. 왕국에서 내가 얼마나 고통받는지 아는 사람은 몇 없어. 왜 날 그렇게 싫어하는지 물어봤지만, 대답은 없었어. 어머니는 항상 그게 날 강한 알파 킹으로 키우는 훈련이라고 하셨지만, 그런 말로는 마음이 위로받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