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1년이었어. 뭐, 막 우주 탐험 이런 건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서 꽤나 다채로운 시기였지. 한 해가 거의 다 지나가던 때, 겨울이었어. 난 원래 찬 공기를 좋아했어. 상쾌하고, 기분 좋게 해줬거든. 마치 뭔가 엄청난 변화가 불어올 것 같은, 더 멋지고 좋은 일들이 금방이라도 훅 하고 나타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
난 그냥 평범한 열여덟 살, 열두 학년짜리였어. 당연하게도, 나도 십 대 호르몬 때문에 늘 정신없었고, 결국엔 그 감정에 휩쓸리고 그랬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 말고도, 학교에는 예쁜 여자애들이 엄청 많았거든. 그 둘이 합쳐져서 내 머릿속에선 끝도 없는 상상이 펼쳐졌어.
학교에서 수업 시간마다, 매일매일 정신 놓고 딴 생각 하곤 했어. 내 옆자리에, 보기 좋게 굴곡진 몸매에 좋은 냄새 풍기는 여자애들이 항상 있었거든. 걔네가 쓰는 향수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자기 자신을 가꾸는 섬세함에 감탄하고 그랬지...
솔직히 말해서, 난 꽤나 엄청 자주 흥분했어. 이성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했지. 문제는 걔네는 나처럼 관심이 없다는 거였어. 난 어릴 때부터 십 대까지 줄곧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는데, 진짜 문제아였거든. 게다가, 키 크고, 어둡고, 잘생긴, 전형적인 여자애들의 이상형과는 정반대였어. 난 모범생도 아니었고, 풋볼 팀 주장도 아니었어. 그냥 평범하고, 키도 좀 작은 금발머리 남자애였지. 그래서, 상상력에 의존해서, 멍하니 백일몽을 꾸거나, 걔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어. 그건 정말 완전히 웃기는 짓이었지. 내가 원하는 많은 대상들 중 누구랑도 잘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걸 알았어.
근데, 어느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어. 대단한 건 아니었어. 이미 여러 번 해봤으니까. 그런데, 그날 아침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이상한 초능력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어. 그냥 그런 일이 벌어진 거였어. 뭔가 길고 복잡하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나, 엄청난 배경 같은 걸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그냥 일어난 일이었지. 그게 전부였어.
그런 초능력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그날 아침 학교 가는 길에 깨달았어. 어깨에 가방을 메고 도시 тротуар를 걸어가고 있었거든. 그렇게 춥지도 않아서, 스웨터는 안 입었어. 멋진 아파트 건물 바로 옆에 있는 도시에 살아서, 날씨와 상관없이 항상 바닷바람 냄새가 났지. 해가 아직 안 떴는데, 왜 학교에 가려고 해 뜨기 전에 일어나야 하는지 늘 궁금했어. 고문이라고 확신했지.
그런데, 아름다운 잠에 대한 그렇게 중요한 질문을 곱씹고 있는데, 갑자기 **자전거 타는 사람** 한 명이 어디선가 튀어나와서 나한테 돌진해오는 거야. 깜짝 놀라 헉 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손을 들어서 막고 충돌에 대비했는데, 갑자기 모든 게 조용해졌어.
눈을 천천히 떴어. 혹시 병원에 있는 건가 싶었는데, 놀랍게도 멀쩡했어. 그런데, **자전거 타는 사람**은 완전히 얼어붙은 듯했어.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내 주변 세상이 완전히 멈춰 있었어. 나무 잎은 흔들림을 멈췄고, 이른 아침 거리의 차들은 멈춰 섰고, 그 빌어먹을 가로등은 깜빡거림을 멈췄어. 모든 게 **자전거 타는 사람**처럼 꼼짝도 안 했어. 하지만, 난 아니었지.
다가오는 자전거 타는 사람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옆으로 비켜 서서, 걸어 다니기 시작했어. 턱을 조금 벌린 채,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모든 방향을 둘러봤어. 멀리서 몇몇 사람들도 이동 중에 멈춰 있는 게 보였고, 흔들리던 나무 가지들도 구부러진 채 멈춰 있었지.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엄청난 고요함이었어. 완전한 침묵. 내가 내는 소리밖에 안 들렸어. 혼란스러워서 처음으로 이렇게 말했어. "어... 뭐야?"
얼어붙은 **자전거 타는 사람**의 팔을 조심스럽게 만져봤어. 콘크리트처럼 단단했어. 너무 놀라웠지만, 왠지 모르게 당연하게 느껴졌어. "내가 이렇게 한 건가?" 혼잣말했어. "...어떻게 꺼야 하지?"
**내레이터**는 천천히 시선을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서 떼고, 내가 가던 방향으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어. 모든 게 완전히 정상인 척하며, 시간이 다시 흐르기를 바랐어. 그러자, 바로 그때, 그렇게 됐어.
갑자기 모든 소리가 다시 들리자 깜짝 놀라 펄쩍 뛰었어. 뒤돌아 **자전거 타는 사람**을 봤는데, 그냥 계속 가고 있었어. 나를 전혀 못 본 채, 나한테 달려온 거였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
아침 등굣길을 계속 걸어가면서, 대체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어. 방사능 초능력부터, 내가 외계인이라거나, 정부의 실험 대상이라거나 하는 온갖 황당한 생각들을 했어. 그리고 시간을 다시 멈추는 상상을 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됐어.
눈이 커졌어. 다시 시간이 흐르는 상상을 하니, 정말 그렇게 됐어. 여러 번 반복해서 시험해봤어. 마치 빛 스위치처럼 시간을 껐다 켰다 했지. 마치 비디오 게임에서 '일시 정지' 버튼을 계속 누르는 것처럼, 모든 게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니까 웃음이 터져 나왔어. 난 원래 공부는 안 했지만, 머리는 꽤 좋은 편이었거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대부분의 애들이 좀비처럼 서 있었어, 그게 평소 모습이긴 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대화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 다른 애들도 나랑 똑같았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 세상 최고인 기분이었어. 거기 서서,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지. 이 엄청난 새 능력은 정말 대단할 거라는 걸 알았어.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새 능력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어. 금방 익숙해져서 능숙해졌어. 눈 깜빡임만으로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지.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계속 똑같이 있으려면 절대 눈을 깜빡일 수 없으니까, 눈을 깜빡이면서 생각할 때만 그렇게 할 수 있었어.
버스 안에서 능력을 가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했어. 지나가는 차들의 번호판을 보려고 시간을 멈추거나, 사람들이 차 안에서 뭘 하는지 보려고 시간을 멈추기도 했어.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밥을 먹거나, 뒤에 있는 애들한테 소리 지르거나, 새로 나온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걸 보는 건 끝없는 재미였지.
그리고, 하늘의 새들을 보려고 시간을 멈췄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내가 어떻게 했는지, 새들만 멈춘 거였어. 깜짝 놀라서, 아무도 눈치채기 전에 재빨리 시간을 다시 흐르게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