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로버트 머릿속이 완전 멘붕이었어. 카일린이랑 잤다는 남자가 한둘이 아닐 수도 있잖아!
더 이상 빡침을 참을 수 없었던 로버트는 바로 문 밖으로 뛰쳐나가서 차를 몰았어. 근데 카일린이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거야.
두어 번 아무렇게나 돌다가 로버트는 카일린 회사로 가보기로 했어. 카일린을 못 찾아도 멍멍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잖아.
로버트는 차를 눈에 안 띄는 곳에 주차하고 시동을 껐어. 그리고 회사 정문을 뚫어져라 쳐다봤지.
한 30분쯤 지났을까, 로버트는 멍멍이가 급하게 나오는 걸 봤어. 근데 카일린은 안 보이더라. 멍멍이가 자기 차 옆을 지나가자마자 로버트는 얼른 내려서 멍멍이를 붙잡았어.
멍멍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로버트를 쳐다봤어. 그러더니 무의식적으로 회사 정문을 힐끔 보더라.
"맨날 놀래켜서 진짜 미안해." 로버트는 젠틀하게 말하려고 노력했어.
"여긴 웬일이세요?" 멍멍이는 살짝 긴장한 듯 놀란 목소리로 물었어.
"카일린이 중요한 전화기를 집에 두고 가서, 혹시 급한 일 생길까 봐 찾으러 왔어." 로버트는 믿음직하게 보이려고 카일린 핸드폰을 꺼내 보여줬어. "너희 회사에 처음 와보는데, 괜찮으려나?"
"근데 웬징 언니는 벌써 갔는데요."
"언제?" 로버트는 방금 전에 왔는데, 카일린이 나오는 걸 못 봤거든.
"방금 갔어요. 뒷골목 길로 가면 아마 따라잡을 수 있을 거예요." 멍멍이가 로버트에게 길을 알려줬어.
로버트는 평소에 큰길만 다녔는데, 이 길은 진짜 생각도 못했어. 밤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좀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곳이거든.
고맙다는 말을 하고 로버트는 곧장 뒷골목으로 달렸어.
이 길은 큰길이 아니라서 차도 별로 없었어. 로버트는 천천히 차를 몰았지. 두 개의 신호등을 지나자, 로버트는 저 멀리 불빛이 켜진 곳을 발견했어.
이 시간에 누가 저기 있는 거지?
로버트는 다시 차를 몰고 가서 멈춘 다음, 길가 옆 숲을 지나갔어. 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로버트는 멈춰 섰고, 곧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어.
"내가 끼어들 필요 없다고 했잖아!" 여자는 엄청 억울한 듯했어.
"넌 내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 가끔은 너무 세게 굴지 말고, 여자는 약한 모습도 보여주는 게 좋지." 남자는 다정하게 달랬어. "걱정 마,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멍멍이는요?" 여자는 울먹였어. 딱 약한 척하는 거였지.
근데 목소리가 카일린이 아니었어. 대체 누구지?
"걔는 나한테 맡겨. 걱정하지 마, 나 없이는 아무도 너 못 건드려!" 남자는 차갑게 으르렁거렸고, 여자를 품에 안는 듯했어.
로버트는 창문 밖으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묘하게 얽혀있는 그림자를 보면서 화가 치솟았어. 키스라도 하려는 건가?
로버트는 거의 뛰다시피 두 걸음 만에 달려가서 차 문을 확 열었어. 그랬더니 카일린이 뒷좌석에 앉아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리더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어.
"어... 왜 여기 있는 거야?" 카일린은 놀란 표정이었어.
"너...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로버트는 눈앞의 광경에 멍했어. 둘이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했어.
"자기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마 리더 앞에서 험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린 원징은 화를 참고 차에서 내렸어. "리더님, 저 먼저 갈게요. 멍멍이를 더 이상 늦출 수는 없어서요.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