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인데, 세 명의 시체가 집 안에서 피투성이로 발견됐대. 시체들 가슴에 ‘D'자가 새겨져 있었어. 사건 현장 근처 주민들 말로는 집에서 소리 지르는 소리나 고함 소리는 못 들었다고 하네. 경찰이 지금 수사에 착수했대. '
"현재 유력한 용의자가 있어. 희생자들 시신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얻었는데, 조사 결과 시신 가슴에 새겨진 'D'자는 이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이 커."
나 웃고 텔레비전 껐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집 부엌으로 걸어갔어. 주변을 둘러보면서 생각했지.
"뭐가 좋을까?" 혼잣말하고 칼들이 서랍에 꽂혀 있는 싱크대로 갔어.
칼 하나 꺼내서 날카로운지 봤어.
"무딘데, 가슴에 찌르면 아프겠네." 그리고 주머니에 다시 넣었어. 부엌을 다시 둘러보고 서랍을 봤어.
바로 달려가서 그 서랍을 열었지. 거기 긴 밧줄이 있는 걸 보고 멍했어, 꺼내서 살펴봤어.
"이거 쓰면 목 매달 때 아프겠는데." 한숨 쉬면서 말했어.
"뭐가 좋지? 안 아픈 걸로 하고 싶은데." 손에 든 밧줄한테 말했어.
밧줄 보면서 혼자 웃다가, 다시 서랍에 넣고 거실로 걸어갔어.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리는 걸 느끼고 깜짝 놀라서 꺼내 봤더니 전화가 왔어.
"어?" 전화 받았어.
"통장에서 돈 빼, 입금했어. 보스가 너 재능 있다고 보너스 준대. 보스도 고맙대." 웃고, 유리잔에 와인 따르면서 앉았어.
"보스한테, 안 아프게 죽는 법 있으면 좀 알려달라고 해." 말했더니, 상대방도 웃는 소리가 들렸어.
전화 끊고 폰 끄려고 하는데, 다시 울렸어. 보스였어.
먼저 잔에 있는 와인 마시고 전화 받았어.
"또 뭔데?" 갑자기 그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어.
"자살 시도하는데 내가 방해했니?" 그가 물었어.
나 웃었어.
"아직 방법 찾는 중이야." 하니까 더 웃더라.
"우리 아지트로 와, 새로운 거 시켜줄게." 머리 긁적이며 소파에 기대 앉았어.
"누군지나 말해줘." 말했어.
"너무 서두르네, 아직 모습도 못 봤잖아, 와봐." 한숨 쉬고 일어났어.
"알았어." 말하고 전화 끊고, 오토바이 키랑 코트 챙겨서 집 나섰어. 바로 오토바이 타서 아지트로 달렸지.
근데 아지트 가기도 전에 길가에 오토바이 세우고, 다리 앞에 섰어. 아래에는 댐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이 흐르고 있었지.
주머니에서 담배 꺼내고, 코트 왼쪽 주머니에서 라이터 꺼내서 입술에 담배 물고 불 붙였어. 다리 아래 내려다보면서 생각했어.
"물에 빠지면 아픔은 잠깐이라던데, 맞나?" 혼잣말하고 머리에 손을 얹었어.
어떻게 알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바로 다리에 올라가서 난간에 섰어. 담배 피우면서 연기 뱉었어.
"드디어 평화가 오는구나." 웃었어. 눈 감고 차가운 바람을 들이마셨어.
다시 눈 뜨고, 입에 문 담배 빼서 다리 아래로 떨어뜨렸어. 물결에 담배가 흔들리는 걸 봤지.
"다음은 나다." 말하고 천천히 몸을 돌려 눈을 감았어.
"안녕." 속삭이고, 물속으로 뛰어들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잡아당겨서 난간 아래로 떨어졌어. 눈을 뜨니까,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어.
"아야!" 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신음했어. 머리를 잡았는데, 콘크리트 바닥에 먼저 부딪혔거든.
"괜찮아?" 말하는 사람을 보고 멍해졌어. 찡그리면서 쳐다봤지. 내 앞에 앉아 있는 하얀 여자, 빨간 드레스 입고 갈색 머리 묶고 있었어. 코는 뾰족하고 눈썹은 짙고, 속눈썹은 길고 눈은 갈색이었어. 입술은 핑크색이고 얼굴은 빨갰지.
"누구세요?" 왜 멈춰서 쳐다보는지 궁금해서 물었어. 눈 깜빡이고 머리 잡고 일어섰어.
'젠장, 아프네.' 신음했어.
"진심으로 하는 질문이야?" 앞에 있는 여자 다시 쳐다봤어.
"내가 농담하는 걸로 보여?"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지, 그녀는 웃고 나를 쳐다보며 일어섰어.
"그냥 널 구한 건데, 왜 다리 난간에 있었어? 죽고 싶었어--"
"누가 나 구하래?" 짜증 나서 물으니 그녀는 더 놀란 듯 나를 쳐다봤어.
"하, 너 안 잡았으면 진작 물에 빠졌을 텐데." 짜증 나서 말했어.
"너 미쳤어?"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고, 나는 다시 그녀를 쳐다봤어.
"나 좀 내버려 둬." 그녀는 말하고 등을 돌렸어.
"와, 살려줬더니 고맙다는 말은 못할망정 싫어하는 꼴이라니." 그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
"진짜 싫어." 속삭이고 오토바이로 걸어가는데, 머리에 뭐가 맞아서 아팠어. 멈춰서 머리 잡고, 뒤에 있는 여자쪽을 쳐다봤지.
그녀는 작은 돌을 들고 쪼그리고 앉아 있었어.
"뭐?!" 화가 나서 물었어.
"고맙다는 말 안 할 거야?!" 그녀도 화가 나서 물었어.
"뭘?" 물었더니 그녀는 웃으며 짜증 냈어.
"내가 널 살렸잖아! 너는 나한테 빚졌어--"
"고마워!" 말하고 다시 등을 돌렸어.
"어휴! 감사하는 마음은 코로 나오네, 제대로 고마워해야지!" 누군가 다시 머리를 때려서 멍해졌어. 진정하고 그녀를 다시 쳐다봤는데, 그녀는 멈칫하고 무서워하는 듯 보였어.
그녀에게 다가가서 눈을 쳐다봤어.
"고마워." 눈을 보면서 빠르게 말했어.
"죽게 놔두지 않아서 고마워." 덧붙였더니 그녀의 눈이 커졌고, 바로 나를 밀어냈어. 멍해져서 그녀의 반응을 봤어.
"너-너 자살하려는 거야?" 그녀가 물었어.
"당연한 거 아니야?" 짜증 내서 물었더니 그녀는 침을 삼키고 십자가를 그리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어.
"하느님, 그를 죄에서 용서해주세요. 그는 자신이 뭘 하는지 몰라요." 속삭였고, 나는 멈춰서 그녀를 쳐다보다가 심호흡하고 다시 등을 돌렸어.
"아멘." 말하고 오토바이로 걸어가서 탔어.
"야! 이 자식아!" 아직 서 있는 여자를 다시 쳐다봤어.
"기도는 끝났어?" 물었더니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어.
"정-정말! 무슨 문제든 자살은 답이 아니야." 갑자기 말해서 헬멧을 쓰고 심각하게 쳐다봤어.
"너는 운이 좋아서 아직 살아있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고 싶어하는 거 몰라? 그러고 넌 그냥 네 인생을 낭비하려는 거야? 자살하지 말고 기도해." 그녀는 말했고, 나는 헬멧을 쓰고 그녀를 쳐다봤어.
"알았어, 네가 날 위해 기도해." 말했더니 그녀는 놀랐어.
"어?" 그녀는 묻고, 나는 오토바이 시동을 걸어서 그녀 얼굴에 빛을 비춰 눈부시게 했어.
"내가 말했잖아, 날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나를 쳐다봤어.
"어-어, 그-이름이 뭐예요?" 혼란스러워하면서 물었어.
웃고 오토바이 돌렸어.
"데몬." 대답하고 오토바이 시동 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