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
‘앨리스! 일어나!’
‘오스틴! 죽어도 너 못 가게 할 거야!!!’
‘헨리, 넌 살아있을 때도 나 못 이겼는데, 죽었다고 무섭겠어? 쳇, 네 여자도 못 지키는 힘이 쓰레기랑 뭐가 달라?’
‘오스틴!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
‘죽어!’
......
......
헨리는 좁고 답답한 셋방에서 벌떡 일어났어.
셔츠랑 이불이 땀으로 다 젖었고, 숨을 헐떡이면서 충혈된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지.
근데 곧 그 분노는 당황스러움으로 변했어.
자기가 살던 곳은 적들한테 점령당했고, 동료들, 친구들, 여자들 다 죽었는데, 자기는 총에 맞았는데, 왜 갑자기 여기 있는 거지?
‘여긴 대체 ...... 어디야? 5년 전에 살던 내 자취방이랑 너무 똑같이 생겼잖아?’
헨리는 중얼거렸고, 베개 위에 있는 낡은 휴대폰을 보고 눈이 멈췄어. 그걸 톡톡 건드리니 시간이 표시됐고, 헨리는 굳어버렸지.
‘2077년 7월 3일...’
‘7월 3일이라고?!’
종말의 날이 열리기 전날이었어!
‘나, 다시 태어난 거야?!’ 헨리는 믿기지 않으면서도 흥분했어.
창밖으로는 끝없이 사람들이랑 차들이 지나가고, 공기 중에는 빵 굽는 달콤한 냄새가 가득했지.
헨리는 자기가 꿈을 꾸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느라 무려 5분이나 썼어. 그리고 흥분에 휩싸여 휴대폰으로 대출, 융자, 신용카드, 펀드 같은 걸 다 열고, 거기에 있는 30만 달러 넘는 돈을 다 빌렸지.
12시간도 안 남았어, 종말이 오면 인간 문명은 완전히 파괴될 거고, 종말의 법칙이 대신할 거야. 돈은 당연히 제일 쓸모없는 물건이 되겠지.
하지만 그 전까진, 이 푼돈들이 약간은 쓸모 있을 거야.
‘헨리 씨, 나가시는 길에 갓 구운 크림빵 좀 드셔보시겠어요.’
아래층 빵집 주인인 스콧이 헨리에게 상냥하게 인사했어.
헨리는 걸음을 멈추고, 겉으로는 착한 척하지만 사실은 음흉한 빵집 주인을 쳐다보며, 눈빛에 알아채기 힘든 음흉함이 스쳐 지나갔어. 전생에 헨리는 스콧 때문에 죽을 뻔했거든.
‘전생에선 내가 너무 순진했고 바보처럼 굴었지, 이번 생에선 안 그래.’
그런 생각을 하며, 헨리는 살짝 미소 지었어. ‘스콧 씨, 트럭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스콧은 생각할 틈도 없이 열쇠를 던져줬어. ‘당연하죠, 맘대로 쓰세요.’
헨리는 몇 걸음 걷다가 뒤돌아봤어. ‘오늘 밤에 카드 많이 줍는 거 잊지 마세요, 특히 색깔 있는 거요.’
스콧은 좀 의아해하며 무슨 카드냐고 물으려 했는데, 헨리는 이미 차를 몰고 가버렸어.
......
헨리는 6시간 동안 쇼핑하고, 또 6시간 동안 억지로 쉬면서, 정신없이 11시 50분이 되었어.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리고 발로 밟아 끈 다음, 등산 가방을 가슴에 걸치고, 새 자전거를 옆구리에 꼈지.
스타 시티 센터 보행자 거리는 스타 시티에서 제일 활기 넘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벌써 새벽이라 길에 사람이 거의 없었어.
12시가 되자, 외계에서 온 듯한 삐 소리가 울리고, 곧 비가 쏟아졌어.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의 비는 그냥 비였지만, 지금 내리는 비는 트럼프 카드 크기만 한 카드였다는 거지.
이 카드들은 흩뿌려져서 빽빽하게 쏟아졌어.
카드들은 하얀색, 녹색, 파란색, 은색, 금색 등 색깔이 다 달랐지...
‘골드 카드!!!’
헨리는 수십 미터 떨어진 골드 카드를 날카롭게 낚아챘고, 눈이 뒤집혀서 있는 힘껏 달려갔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헨리는 골드 카드를 손에 넣고 바로 재킷 주머니에 쑤셔 넣었어!
‘이게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포커를 실어 나르던 비행기가 폭발했나? 날아다니는 물건은 아무것도 못 봤는데.’
‘이 카드들은 대체 뭐에 쓰는 거지?’
보행자 거리 근처 주민들이 집에서 나와서, 의아한 눈으로 카드 비를 쳐다봤어.
그때 헨리는 미친 듯이 카드를 주웠어.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무슨 색깔 카드든 다 등산 가방에 쓸어 담았어. 이건 엄청 중요한 전략 자원이니까, 놓칠 수 없어!
곧 등산 가방이 카드들로 가득 찼고, 수천 장이나 됐지.
헨리는 카드 가득 찬 등산 가방을 차 뒷좌석에 걸어두고, 새 가방을 꺼내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어.
카드를 주우면서, 은색 이상인 카드가 있는지, 즉 종말에서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주워야 하는 카드가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지.
‘어? 저건...?’
갑자기 헨리의 눈동자가 좁아졌어. 하늘에서 쏟아지는 카드 비 속에서, 화려한 빛을 내며 앞으로 떠다니며 떨어지는 카드가 있었거든.
‘컬러풀 레전드 카드!!!’
헨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레전드 카드를 향해 돌진했어. 하늘을 향해 달려들어 손바닥으로 그 화려한 카드를 꽉 쥐었지.
......
한 시간 후에 카드 비가 마침내 멈췄고, 헨리는 13개의 가방을 카드들로 채울 수 있었어. 온 보행자 거리에 있는 카드를 거의 혼자 다 줍다시피 했지. 대충 계산해도 만 장은 넘을 거야.
트럭 적재 공간에 불룩 튀어나온 등산 가방을 보니까, 흥분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었어. 헨리는 이렇게 풍족한 싸움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카드를 주웠고, 헨리는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보행자 거리에서 벗어나 아침 일찍 예약해둔 호텔로 가서, 등산 가방들을 차례로 대통령 스위트룸으로 옮겼어.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제 해가 뜨길 기다려야지...’
헨리는 침대에 누워 헐떡거렸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어. 스콧이었지.
‘헨리 씨, 어디 계세요?’
‘무슨 일 있어요, 스콧 씨?’
‘이 카드들은 대체 뭐에 쓰는 거죠?’
‘카드 많이 주웠어요?’
‘네, 카드가 화려하고 예쁘네요.’
헨리는 벌떡 일어나 약간 놀란 듯이 말했어. ‘컬러풀 카드요?’
‘네, 컬러풀한 것도 있고, 골드 카드도 있고, 실버 카드가 세 개, 화이트 카드랑 그린 카드가 제일 많아요, 백 개 정도 될 것 같은데.’
‘저 호텔에 있는데, 카드 가져오면 뭐 좀 알려줄게요.’
‘네, 알겠어요, 근데 택시 타기엔 시간이 좀 늦었는데, 늦을 것 같아요.’
‘기다릴게요, 서두르지 마세요.’
새벽 3시 40분.
스콧은 헨리의 방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어. 낡은 가방에 든 카드들은 거의 절반이나 됐는데, 몇 백 장이나 됐지.
‘정말 별로 못 주웠네요.’
스콧은 씩 웃으며 말했어. ‘헨리 씨가 알려줘서 겨우 이 정도나 주웠죠. 그런데 헨리 씨,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스콧의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했어.
헨리는 중얼거렸어. ‘컬러풀 카드 저한테 주시겠어요?’
‘그럼요.’ 스콧은 주머니에서 컬러풀 카드를 꺼내 헨리에게 건네줬어.
헨리는 깊게 숨을 쉬고, 레전드 카드를 집어넣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어. ‘스콧 씨, 아침 8시까지 기다려봐요, 종말이 오면 이 카드들이 효과를 발휘할 거예요. 레전드 카드를 저에게 주셨으니, 그 대신 제가 하나 제안해 드릴게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 가서 카드들을 주워요, 카드를 많이 주울수록 종말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질 거예요, 특히 색깔 있는 카드들이요.’
스콧은 쓴웃음을 지었어. ‘헨리 씨, 그런 표정으로 말하니까 좀 무서운데요... 종말이라니, 진심이에요?’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스콧은 무심코 구석에 있는 10개 정도의 등산 가방을 흘끗 쳐다봤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나갔지. 헨리는 그런 탐욕스러운 시선을 눈에 담고, 그냥 어둡게 미소 지었어.
시간이 흘러가고, 동쪽 하늘은 물고기 배처럼 하얗게 물들었어.
7시 30분.
종말이 오기 30분 전.
스콧이 다시 방 문을 두드렸고, 헐떡거리며 말했어. ‘헨리 씨, 왔어요, 제 사촌들 두 명도 같이 왔어요.’
스콧 뒤에는 18, 19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 두 명이 따라왔어.
헨리는 경계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셋을 방에 들여보냈고, 그 과정에서 문을 닫았어.
‘헨리 씨, 엄청 많이 주우셨네요, 정말 많아요.’ 스콧은 웃으며 입을 열었어.
헨리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어. ‘그래.’
‘형, 우리도 몇 팩 나눠줘요, 우린 늦게 나와서 카드 많이 못 주웠어요.’
왼쪽에 있는 젊은 남자가 웃으며 입을 열었고, 일부러 셔츠를 들어 올려 바지 허리춤에 꽂힌 단검을 드러냈어.
헨리는 얼어붙은 채로 겁에 질린 듯이 말했어. ‘스콧 씨, 무슨 뜻이에요?’
스콧은 약간 음흉한 미소를 지었어. ‘헨리 씨, 오해하지 마세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카드 좀 빌려서 쓰고 싶을 뿐이에요. 우리 셋이 밖에 돌아다녔는데, 수확이 별로 없어서요.’
‘그러니까... 날 털겠다는 거네.’
‘털다니, 너무 심하게 말하지 마세요, 그냥 빌리는 거예요. 헨리 씨는 많으니까, 괜찮잖아요.’ 스콧은 손을 벌렸어.
‘알았어, 너희 둘한테 한 팩씩 나눠줄게.’
헨리는 한숨을 쉬고 등산 가방을 가져오려 했지.
젊은 남자가 그걸 잡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차가운 칼날이 갑자기 그의 목을 찔렀고, 젊은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목이 즉시 베여 피가 왈칵 쏟아졌어!
그는 눈을 크게 뜬 채 쓰러졌고, 한 손으로는 목을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허공을 향해 무언가를 마구 휘저었어.
‘리드!’
‘해리스!’
스콧은 숨을 헐떡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헨리를 쳐다봤어. ‘당신... 죽인 거예요?’
헨리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흐릿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어. 마치 누군가를 죽이는 게 밥 먹는 것만큼 쉬운 일인 것처럼 말이야.
‘네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 헨리는 무심하게 칼에 묻은 피를 옷에 쓱 닦고 침착한 어조로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