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꿈과 같이
로렌은 아무 말도 안 했어. 오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거든. 새 황후 책봉을 축하해야 하나, 아니면 자기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하나? 둘 다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낫겠다 싶었지!
어깨를 잡혀서 본능적으로 뿌리치려고 했지만, 허버트가 어깨에 올린 손에 힘이 실렸어. 지금은 상대도 안 되고, 저항할 힘조차 없었어.
그는 로렌을 다시 베개에 눕혔어. 그녀를 마주보며 눕는 것 같았지. 코끝에서 희미하게 롱 시엔시앙 향이 났어. 익숙한 냄새에 로렌은 불안해졌어. 그냥 그를 등졌지.
1초도 안 돼서 그가 다시 다가왔어. 그의 따뜻하고 묵직한 가슴이 로렌의 등에 바싹 붙었고, 그의 긴 팔이 허리를 감싸 안았어. 그의 커다란 손바닥은 다섯 달 된 태아가 있는 부풀어 오른 아랫배에 놓였어. 그들이 함께 낳은 아기였지.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둘 다 배 속의 아기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 로렌은 처음으로 아기의 태동을 느꼈어. 창 청도 전에 아기가 태동을 느껴야 한다고 했었는데, 오랫동안 못 느껴서 걱정했었거든. 오늘 허버트의 손길 아래에서 아기가 움직였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 로렌은 훌쩍이며 간신히 참았어. 갑자기 아기가 너무 미안해졌어. 아기는 원래 허버트의 첫 아들이나 첫 딸이었을 텐데. 로렌 때문에 첫 아이부터 첩의 자식이 되었어. 신분은 중요하지 않지만, 아버지의 사랑은 그의 인생에서 대체할 수 없는 감정이었어.
다섯 달이나 로렌의 배 속에 있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아빠와 가까이 있게 됐어. 너무 감격해서 배 속에서 아빠에게 계속 반응하고 있었지. 아빠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어!
로렌은 그저 자기 생각에 잠기고 싶었지만, 아랫배에 있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멈출 수 없는 울림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어.
그가 아기를 만진 게 처음은 아니었어. 로렌이나 아기를 보러 오지 않으려고 참았지만, 결국 오늘 밤, 그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들의 모든 밤과 낮을 기억했지. 로렌이 황후가 되었을 때,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여자로 만들어준 자부심과 긍지가 마치 어제 일 같았어.
그들도 아이 갖기를 고대했었어. 사람들은 로렌이 아들을 낳기에는 너무 무겁다고 했지. 그는 수많은 밤 동안 그녀를 위로했어. 아무리 강하고, 자존심 강하고, 고집스러워도, 그녀는 결국 여자였어. 그는 그녀를 사랑해야 했어!
하지만 로렌은 그를 실망시켰어!
"야오화, 나한테 잘못했다고 말할 수 없겠어?"
그는 이런 말투로 로렌에게 몇 번이나 굽신거리며 잘못을 인정하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났어. 이 말을 하고 나서 그는 후회했어. 그는 한 나라의 왕인데, 주변 여자조차 제대로 다룰 수 없다니. 로렌이 잘못을 인정해도 그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요구했지.
하지만 그가 아무리 비굴해져도, 로렌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았어. 그에게 골칫거리를 안겨주는 고집스러운 여자였지!
로렌의 몸이 떨렸어.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어. 지금, 로렌이 잘못을 인정해야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게다가, 로렌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이해가 안 됐어.
침묵은 서로를 꽉 껴안은 두 사람 사이에 틈처럼 자리 잡았지만, 동시에 세상의 끝과 같았어!
로렌은 언제 잠들었는지 몰랐지만,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밝았어. 로렌이 기척을 내자 수 진이 얼굴에 웃음을 띠며 급히 들어왔어. "폐하,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나셨어요? 잠은 잘 주무셨어요?"
허버트가 밤새 여기 있었다는 흔적은 방에 없었어. 마치 어젯밤 일은 그녀가 그리워해서 꾼 꿈인 것 같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