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3: 한밤중에 아무도 없다
평소에 립스틱 바르고 립스틱 사는 스타일인데, 이 색깔 호수는 절대 없다는 걸 알아. 립스틱에서 이상한 향수 냄새가 나고 심지어 검은 머리카락까지...
마음속 의심이 현실이 됐어.
처음엔 킨슬리의 피아노 선생님인가 생각했지. 근데 서재에 들어가니까 맡았던 향수 냄새가 아니었어. 다시 망설였어.
혹시, 다른 여자가 있는 건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이 핸드폰을 꺼냈어. 위챗을 열고 프랭크가 보내준 사진을 뒤졌지. 여자 뒷모습을 확대했는데, 긴 생머리밖에 안 보였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마음속으로 퍼져 나가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어. 바로 그때, 문고리 도는 소리가 들렸어.
트릭시가 정신을 차렸을 땐, 대릴이 목욕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며 들어오고 있었어. 손에 든 립스틱을 보더니, 표정이 복잡해졌지. 그의 눈을 쳐다보며, 마음이 너무나 차분했어. 이제 상황이 눈앞에 있는데, 대릴이 어떤 해명을 할지 몰랐어.
"이걸 어떻게 잊었을까?"
그는 자연스럽게 침대에 앉아서 머리를 계속 닦았어. 평소처럼 당황한 기색은 전혀 없었지.
"이거... 누구 립스틱이야?" 이렇게 물었을 땐, 그와 이혼할 각오가 돼 있었어.
"돌아오는 길에 문 앞에서 주웠어. 네가 뭐 줍다가 떨군 줄 알았지." 그가 말했어.
"내 립스틱 아니야." 그녀는 대릴의 추측을 바로 부인했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 안에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비치나 보려고 했어.
하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
"아니라고? 그럼 버려." 그는 간단하게 말했어.
그리곤 립스틱을 손에서 뺏어 쓰레기통에 버렸어. 입으로 뭔가 중얼거렸지만, 그녀는 제대로 듣지 못했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 진실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어.
프랭크의 사진 속 여자는 누구지? 그 뒷모습은 누구였을까? 진짜 바람을 피운 건가? 집에 있는 건 누구 거야? 이런 생각들에 너무 지쳐서, 미쳐버릴 것 같았어.
침대 옆 탁자 뒷면을 보면서, 결국 말을 안 할 수가 없었어.
"오늘 회사에서 점심 먹는데, 너랑 너무 비슷한 사람을 봤어. 너인 줄 알고 깜짝 놀랐어." 트릭시가 말했어.
"착각했겠지." 그는 목욕 수건을 옆에 두고 그녀를 품에 안았어.
"매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녀는 그냥 말했어.
그는 항상 분위기를 망쳤고, 지금은 그냥 이상한 기분뿐이었어.
결혼한 지 9년이나 됐는데,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어.
"네 동생인가 했는데, 옆에 여자도 있어서 깜짝 놀라서, 가서 물어볼 뻔했어." 그녀는 솔직하게 물었어.
그의 해명을 듣고 싶었어.
"엄마가 나 낳았지. 내가 동생이 있다는 생각은 어디서 한 거야?" 그는 크게 웃으며 그녀 이마에 키스했어. "됐고, 헛된 생각은 그만하고 빨리 자."
그는 불을 껐지만, 그녀는 천장을 계속 쳐다봤어. 옆에서 그의 가벼운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잘 수가 없었지. 대릴의 솔직함 때문에 그녀의 추측을 의심하게 됐고, 심지어 정신 분열증을 느끼기도 했어.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숨기는 비밀이 너무 많았어. 갑자기, 그녀는 바보가 된 것 같았어. 아무것도 모르고 어둠 속에 갇힌 채로. 무의식적으로 멍하니 잠이 들었지.
손이 우연히 옆자리를 스쳤을 때, 욱신거리는 느낌에 바로 깨어났어. 주변 침대가 언제 비었는지 알 수 없었지.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났어. 불을 켜고 보니, 넓은 침실에 그녀 혼자만 남아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