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운명이 아니야
에산이 가고 나서, 무르시다는 소파에 혼자 앉아서 생각을 했어. 에산이 한 말이 맞긴 해. 자라는 겨우 만난 남자랑 너무 친하게 지내면 안 됐어. 특히 오토바이 택시 기사였으니까. 게다가 에산의 부모님은 둘을 결혼시키라고 재촉하고 있었어. 근데 에산은 아직 제로 된 직업도 없잖아. 에산이 자기 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엄마로서, 당연히 딸에게 최고의 것을 해주고 싶었지.
"우미, 왜 멍 때리고 있어요?" 자라가 무르시다의 제일 좋아하는 따뜻한 차를 테이블에 놓고, 다시 부엌으로 가려고 할 때 물었어.
"자라, 잠깐만. 할 말이 있어." 우미가 불렀어. 자라는 바로 멈춰 섰지.
"네, 우미?" 자라는 궁금해했어.
"앉아."
"네, 우미." 자라는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무르시다 옆 의자에 앉았어.
"자라야, 우미가 묻고 싶은데, 오토바이 택시 기사랑 왜 그렇게 친하게 지냈어?"
자라는 눈썹을 찌푸렸어. "마스 데이얀 말씀하시는 거예요?"
"어, 그래, 데이얀이 이름이고, 넌 그를 마스라고 부르는 게 익숙해?"
"네, 우미. 저도 다른 사람을 존중해요. 게다가, 그는 이미 아내랑 아이들이 있잖아요."
우미는 한숨을 쉬는 것 같았고, 자라는 엄마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궁금했어.
"얘, 자라야. 우미가 너한테 오젝 기사랑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부탁했잖아. 별거 아니야, 너는 이미 미래의 남편, 에산이 있잖아. 너도 여자로서 명예를 지켜야 해. 그 남자랑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고 그냥--"
"하지만, 우미--" 자라는 엄마의 말에 동의하지 않아서 말을 끊었어.
"자라야, 너는 명예로운 여자라는 걸 기억해. 그리고, 그 남자 결혼했잖아? 그러니까, 조심하고 행동을 잘 하렴. 아무도 너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는 걸 원치 않아!" 무르시다가 말했어.
"네, 우미." 자라는 고개를 끄덕였어.
"우미는 아스르 기도를 먼저 할게, 시간이 거의 다 됐네." 그녀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다 마시고 방으로 급히 들어갔어.
무르시다가 나가자, 자라는 생각에 잠겼어. 자기가 데이얀이랑 너무 가까웠던 걸까? 자기 태도가 다 잘못된 걸까? 서비스 제공자에게 손님으로서 그런 건 자연스러운 거 아니었나? 데이얀이 없었으면, 자라는 아마 빨리 다니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거야. 자기는 활동적인 사람이었거든. 항상 빨리 움직였지.
"내가 마스 데이얀이랑 너무 가까이 지냈나?" 자라는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고 딸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어. 그냥 자기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고 그 남자에 대한 다른 마음이 있었을 뿐이지.
하지만, 여러 번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특히 가족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으니까 생각해 봤어. 그 대화는 자기가 데이얀이랑 같이 차를 탈 때 다른 사람들이랑 탈 때보다 더 편안하게 느끼게 했지. 하지만 자라는 그건 그냥 손님과 판매자 사이의 동정심이라고 믿었어. 그 순간 자기는 자기 감정에 대해 확신했어. 그 이상은 아니었어.
"나? 마스 데이얀을 피하고 쌀쌀하게 대한다고? 어떻게 그걸 할 수 있어? 음, 아마 해볼 거야. 우미가 내 태도를 다시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 자라는 결국 무르시다의 충고를 따르기로 결정했어.
다음 날, 자라가 뭔가 쇼핑하러 가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온라인 오토바이 택시 주문을 받게 된 사람이 항상 데이얀이었어. 자라는 필요한 말만 했어.
"안녕하세요, 자라 부인.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릴 준비가 됐습니다." 데이얀이 회사 규칙에 따라 친절하게 인사했어.
"ATM으로 가 주세요, 현금 인출하고 싶어요." 자라는 미소도 없이 무뚝뚝하게 대답했고, 데이얀은 눈살을 찌푸렸어.
"네, 사모님. 출발하겠습니다." 데이얀은 자라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몇 군데에서 쇼핑을 위해 멈췄어.
가는 길에, 예전에는 먼저 말을 걸거나 그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하던 자라는 지금은 조용했어. 데이얀은 먼저 말을 꺼내기가 꺼려졌어. 손님이 불편하게 느끼는 걸 원치 않았거든. 비록 사실은 그의 마음이 불편했지만.
"자라 씨, 무슨 일이지? 내가 그녀에게 뭘 잘못했나? 오늘 왜 저렇게 차갑지?" 데이얀은 궁금해했어.
그들은 한참 동안 침묵했어. 하지만 여행의 침묵은 데이얀이 결국 목소리를 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어.
"음. 죄송합니다, 자라 부인. 오늘 몸이 안 좋으세요?"
"아니요." 자라가 짧게 대답했어.
"아,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제가 구내염이 걸린 줄 알았어요. 너무 조용해서, 헤헤헤." 데이얀은 농담을 했고 자라가 미소나 작은 웃음으로 반응해주기를 바랐어. 다행히, 그녀는 그의 말에 화답해줬어. 하지만 평소처럼 활발해지기는커녕, 데이얀만 웃고 혼자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더욱 어색해졌어. 자라는 그가 집에 돌아갈 때까지 그의 수다에 대답조차 하지 않았어.
"감사합니다, 자라 씨. 다음 주문 때 뵙겠습니다."
"감사해요. 잔돈은 괜찮아요." 자라는 파란색 영수증을 건네줬어. 그리고, 또 미소 없이.
"실례합니다, 사모님." 데이얀은 자라가 들르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면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오토바이에 올라탔어. 비록 작은 대화였지만, 왠지 자라가 평소처럼 들르라고 부탁할 것 같은 희망이 갑자기 들었어.
"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이미 아내랑 아이들이 있어. 그녀와의 관계는 손님과 이용자로 제한되어 있어. 그 이상은 없어. 친구가 되더라도 더 기대하거나 생각하지 마, 데이얀! 기억해, 아타야가 지금 네 최우선 순위야!" 데이얀은 자기 생각을 떨쳐버리면서 중얼거렸어.
"자라는 부지런하고 끈기 있는 여자야. 그녀는 사업을 시작했고 커리어 우먼이 되는 걸 그만뒀어. 비록 아직 개척 단계지만, 그녀의 사업은 꽤 발전했지. 그녀처럼 아름답고 훌륭한 여자는 최고의 짝을 만날 자격이 있어." 데이얀은 그 당시 생각했어. 그리고 그 후 며칠 동안, 자라의 냉랭함은 계속됐어. 데이얀은 매우 어색함을 느꼈어. 그는 정말 불편했어.
자라가 주문을 하고 데이얀이 그 주문을 받을 때마다, 그 젊은 여자를 만날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데이얀은 여전히 어색함을 느꼈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라의 주문을 받았는데, 그가 단골이었고, 그에게 필요했고, 자라의 지역은 그의 손이 닿는 곳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이야.
자라는 오토바이 타기를 마치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어. 방 안에서 그녀는 문틀에 기대서 길게 한숨을 쉬었어.
"미안해요, 마스 데이얀.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어색하지만, 우리 둘 다에게 좋은 일이에요. 엄마가 아무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래요. 다른 사람들도요. 이걸로 충분해요."
왠지 모르게 자라는 조금 아쉬움을 느꼈어. 그녀는 이미 성숙하고 사려 깊은 데이얀과 이야기하는 것이 편안했어. 관심을 구하고 과장하는 에산에 비하면, 그녀는 데이얀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했지. 결국, 그들은 사업과 가족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어.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아니었지.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각하는 건 아니었어. 자라는 일이 복잡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어.
데이얀을 아버지 외에 유일한 남자 지인으로 기억하고 알게 되면서, 자라는 그와 잘 지낼 수 있다고 느꼈어. 자라는 남자와의 우정에서 항상 난관에 부딪혔어. 그들 사이에는 많은 부조화가 있었지. 그의 성격과 생각은 대부분의 여성의 인식과 정반대였어. 그래서, 무르시다는 자라가 평생 노처녀가 될까 봐 두려워해서 그녀를 결혼시키고 에산과 짝 지어주었어. 에산과 맞지 않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자라는 엄마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어.
"만약 내가 에산보다 더 나은 남자를 찾았더라면, 만약 그가 마스 데이얀의 성격과 비슷한 뭔가를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나는 오래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보여. 나는 남자들과 그렇게 쉽게 잘 지낸 적이 없어. 특히 여자를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남자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