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아.
병원, 진짜 싫어. 아픈 것도 싫고. 의사한테 가는 건 더 싫어. 나 같으면 그냥 건강 따위는 창밖으로 던져버릴 거야.
닥터 브린을 쳐다보니까 빵 터졌어. 닥터 브린, 소금 후추 머리에 코에 안경 딱 걸치고 있는 엄격한 중년 아저씨가 날 보고 눈썹을 찡긋했어. "무슨 일이 그렇게 웃기세요, 앤더슨 씨?" 궁금한 듯, 약간 짜증 섞인 말투로 물었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속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어깨가 들썩이면서 킥킥거렸어. 솔직히 말해서, 그 순간엔 모든 게 웃겼어. 긴장감, 믿기지 않음, 그리고 나를 사로잡은 이상한 유머 감각이 뒤섞인 기분이었지.
"아기를 밀어낼 때는 이렇게 웃지 못할 거예요." 닥터 브린이 비웃으면서 자기 정신없는 일정을 적었어. 그 말에 나는 더 크게 웃었고,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
"아기를 낳을 일이 없어요." 낄낄거리면서 간신히 말하고는 눈가에서 눈물을 닦았어. 이 모든 상황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졌어.
닥터 브린의 얼굴이 심각해지더니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어. "낙태할 생각이에요?" 부드럽지만 탐색하는 목소리로 물었어. "중요한 결정인데,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봤고, 웃음기는 가라앉았고 혼란과 불신이 몰려왔어. 이 사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낙태 안 할 거예요." 단호하게 대답했어. "의사 선생님, 무슨 약을 드시는지 모르겠지만, 임신할 수가 없어요." 가방을 찾으면서, 이 이상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졌어. 이 사무실에 오래 있을수록 더 웃겼어.
닥터 브린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표정이 더 걱정스러워졌어. "지금 약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앤더슨 씨, 그건 당신이에요." 한숨을 쉬었고, 내 정신 상태를 걱정하는 게 분명했어.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을 좀 차리려고 노력했어. "임신할 수 없어요, 선생님. 결혼 전 건강 검진에서 제가 불임이라고 나왔어요." '불임'이라는 단어가 입안에서 씁쓸한 맛을 남겼어. "그리고 불임이라는 말의 정의는, 제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거잖아요, 아시겠어요?" 이번에는 마음속에서 뭔가 찡했어. 고통스러운 감정이었어.
"저는 의사입니다, 앤더슨 씨. 제가 그걸 모르면, 당신이 여기서 이렇게 침착하게 앉아있지도 않겠죠. 그 보고서는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 사이에 잠재적인 불임 문제가 있다는 것만 밝혔어요." 닥터 브린이 침착하고 신중한 어조로 반복해서 말했어. "지금 당신이 임신했으니, 그 문제는 아마 당신의 전 남편의 정자 질에 있을 거예요. 당신은 충분히 임신할 수 있어요, 앤더슨 씨."
나는 내가 듣고 있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어. 마치 땅이 내 발밑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고, 나는 간신히 균형을 잡으려고 애썼어. 그러니까 그동안 내 전 남편이 우리 관계의 불임 문제의 원인이었던 거야. 쓰라린 운명의 반전이었고, 이상한 감정들이 뒤섞인 기분이 들었어.
"장난이라고 말해주세요, 선생님." 충격, 분노, 슬픔 등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면서 서로 다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닥터 브린은 특유의 침착한 태도로 심호흡을 했어. "앤더슨 씨, 저는 이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해 왔어요.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이 감정 롤러코스터는, 당신의 임신 호르몬이 하는 일이에요."
내 머릿속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었고, 모든 것을 처리하려고 애썼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문제였던 건 나 말고 내 전 남편이었다는 거죠?" 혼란 속에서도 승리의 빛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 마치 카르마가 내 인생에 손을 뻗은 것 같았고, 이상하게 만족스러웠어.
닥터 브린은 머리를 흔들었고, 동정심이 담긴 표정이었어. "네, 그가 정말 문제였어요." 확인했어. "그 문제는 당신의 전 파트너의 정자 질에 있는 것이 분명해요. 당신은 충분히 임신할 수 있어요, 앤더슨 씨."
"그래, 카르마는 참 달콤한 년이지." 나는 숨을 죽이고,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어. 닥터 브린은 나를 보고 '진심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어. 그의 전문성은 흔들리지 않았고, 내 이상한 반응 앞에서도 그랬어.
"앤더슨 씨," 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어, "이제 집에 가서 당신의 파트너에게 이 가족의 새로운 구성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다음 약속은 한 달 뒤로 잡죠."
내 파트너. 임신.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좌절감에 머리카락을 잡아 뜯고 싶었어. "아, 젠장." 나는 당황스러움을 참을 수 없어서 신음했어.
닥터 브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갑작스러운 내 괴로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분명했어. "이번에는 또 뭐죠, 앤더슨 씨?" 한숨을 쉬면서, 이 이상한 이야기의 또 다른 예상치 못한 반전을 준비했어.
"원나잇이었어요." 내 말이 멈추기 전에 입에서 쏟아져 나왔어. 닥터 브린의 표정은 궁금함에서 약간의 불편함으로 바뀌었어.
그는 더 이상의 정보를 막으려는 듯이 손을 들었어. "저는 예의상 물어본 거지, 당신의... 밤의 모험에 대해 듣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서둘러 방을 나갔고, 나를 내 격렬한 생각들과 예상치 못한 임신의 새로운 현실 속에 혼자 남겨두었어.
닥터 브린의 사무실을 나서자, 충격적인 사실의 무게가 여전히 공기를 짓눌렀어. 내가 임신했고, 내 전 남편이 불임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은 나에게 격동의 감정을 안겨주었어. 하지만 내 생각의 혼란 속에서, 또 다른 힘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마치 서서히 밀려드는 조수처럼.
원나잇 스탠드에 대한 기억들이 내 마음속에서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희미한 섬광 같았고, 지평선 너머의 멀리 있는 천둥 같았어. 하지만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숨을 쉴 때마다, 그 기억들은 더 강해지고, 더 생생해져서, 마치 쓰나미처럼 나를 덮쳤어.
나는 그날 밤을 다시 재생하고 있었고, 멈출 수 없는 영화처럼.
그것은 내 고객의 결혼식에서 일어났고, 내가 다름 아닌 신랑의 형제인 존 스미스의 품에서 위안을 찾았던 밤이었어. 그 밤에는 내가 조심성을 버리고, 그 순간의 열기에 빠져들도록 허락했던 밤이었어.
세바스찬 손튼. 억만장자. 미국 전체에서 가장 매력적인 총각. 내 고객의 형부. 내 아기의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