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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미아
병원 화장실에 서서, 세바스찬이랑 즐겁게 점심을 먹고 난 직후, 갑자기 전화가 울렸어. 화면을 슥 보는데, 몇 년 동안 내 삶에서 사라졌던 이름, '엄마'가 딱 뜨는 거 있지. 엄마가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도 없다가 나한테 연락했다는 생각에, 궁금하기도 하고 좀 쫄리기도 하고 그랬어.
엄마랑 나랑의 험난했던 관계는 아빠의 억압적인 행동을 견뎌야 했던 몇 년 동안 형성된 거였어. 어릴 때는 엄마가 아빠의 나쁜 행동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아서 엄청 미웠거든. 근데 나이가 들면서 복잡한 상황을 좀 더 이해하게 되니까, 미움보다는 엄마한테 측은한 마음이 더 많이 들었어.
지난 몇 년 동안 엄마는 내 삶에서 완전히 사라졌었어. 마치 숨어버린 것처럼, 아빠의 분노가 무서워서 그랬겠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전화는 엄마가 자발적으로 한 은둔 생활에 균열을 냈어. 한때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늘 내 삶에 있었던, 그런 여자와 다시 연결되는, 위태로운 순간이었지.
감정을 추스르려고 심호흡을 하고, 나는 간단하게 '어머니'라고 전화를 받았어.
전화 건너편에서 잠시 멈칫하는 소리가 들렸어. 말하지 못한 감정들로 무거웠던 침묵의 순간이었지.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어. 드디어 '미아, 내 딸, 정말 오랜만이네'라고 말했어.
그녀의 목소리, 너무나 익숙하지만 또 멀게 느껴지는 목소리를 들으니, 추억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어. 우리가 함께 겪었던 고통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 샘솟는 그리움을 부정할 수는 없었어. '정말 그렇네요.' 라고 대답했는데, 내 목소리에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어.
그녀가 머뭇거리면서 계속했어. '미아야, 네 생각 많이 했어. 보고 싶었어.'
그녀의 말이 내 마음에 와 닿았어. 한때 내가 그렇게 미워했던 여자에게서 연민이 솟아나는 걸 막을 수 없었어. '저도 엄마 생각 많이 했어요.' 라고 인정했어.
이야기는 몇 년 동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의 가장자리에 걸려있는 듯했어. 말하지 못한 후회와 고통, 우리 사이에 산처럼 높이 자리 잡았던 침묵. 이제, 위태로운 소통의 끈이 다시 연결되자, 왜 연락했는지 알고 싶기도 하고, 우리 둘에게 무슨 의미일지 걱정되기도 했어.
결국 그녀가 침묵을 깼어. 목소리가 떨렸어. '미아, 너한테 얘기하고 싶었어… 왜냐면… 내가 너희 아빠랑 헤어졌거든.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어.'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았어. 엄마가 그렇게 결단력 있는 행동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오랫동안 그녀를 가둬두었던 그 남자에게서 벗어났으니까. 처음에는 믿기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러운 희망이 들었어. '아빠랑 헤어졌다고?'
'응.' 그녀는 두려움과 결연함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어. '쉽진 않았지만, 내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해야만 했어.'
그녀가 말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어. 그녀가 새롭게 얻은 자유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알 수 있었지. 그녀가 억압과 잔혹함 속에서 벗어나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
나도 모르게 '엄마가 떠날 용기를 내서 다행이에요. 엄마는 두려움 없는 삶을 살 자격이 있어요.' 라고 말했어.
그녀의 목소리에 안도감이 느껴졌어. '고마워, 미아. 네 아빠가 알게 될까 봐 너무 무서웠지만, 더 이상 갇혀 있을 수 없었어. 너랑 다시 연결하고 싶고, 우리가 예전에 가졌던 관계를 다시 만들고 싶어.'
우리의 복잡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새롭게 얻은 자유와 관계를 회복하려는 마음 덕분에,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이나마 생겼어. '저도 엄마랑 관계를 다시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예요. 해결하고 치유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그녀는 끄덕였어. 이해심이 가득한 목소리였지. '알아, 미아. 과거를 직면하고 내 실수를 바로잡을 준비가 됐어. 긴 길이 되겠지만, 기꺼이 걸을게. 그리고 너한테 해줄 말이 있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데요, 엄마?' 나는 차분하게 말했지만, 마음은 기대와 불안으로 요동쳤어.
그녀의 대답은 우리 둘 모두에게 짓눌릴 무게를 담고 있었어. '쉽지 않을 거야.'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했어. '하지만 네 아빠가 다 배후야.'
수수께끼 같은 말에 나는 당황했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렸어. '뭐의 배후요?' 나는 재촉했어. 호기심이 조심성을 압도했지.
잠시 멈칫, 마치 그녀가 말을 꺼내기 힘든 듯했어. '세바스찬의 교통사고.' 그녀는 마침내 밝혔어. '사고가 아니었어. 브레이크를 조작했어.'
눈이 휘둥그래졌어. 그녀가 방금 말한 것의 엄청난 규모를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그녀의 말의 의미가 가라앉으면서, 방이 빙빙 도는 것 같았지. '엄마, 이걸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정말이에요?'
후회로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느 정도 확신이 담겨 있었어. '그가 누군가와 전화하는 걸 들었어.' 그녀는 인정했어. '지금 로스앤젤레스에 있어.'
내 아버지가 세바스찬에게 일어난 사고에 연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았어. 끔찍한 진실이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고, 불안한 퍼즐 조각들이 천천히 맞춰지고 있었어.
엄마의 목소리가 흔들리면서 계속했어.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너한테 말하지 않는 건 견딜 수가 없었어. 그는 위험한 사람이고, 너의 안전도 걱정돼.'
충격과 불안 속에서 여러 감정들이 나를 압도하려 했어. 아빠는 항상 내 삶에서 지배적인 존재였고, 두려움과 통제의 근원이었지. 그가 그런 사악한 짓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충격적이었어.
머릿속에는 질문이 쏟아졌어. '엄마, 왜 그랬는지 알아요? 동기가 뭐였을까요?'
그녀의 대답은 무거운 한숨과 함께였어. 후회가 그녀의 말에 스며들었지. '그의 동기는 확신할 수 없어, 미아. 하지만 그가 한동안 위험한 거래에 연루되어 있었다는 건 알아.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함부로 건드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야.'
이 사실을 이해하면서, 내 안에서 긴박감이 솟아났어. '엄마, 저한테 말씀해주셔서 정말 잘하셨어요. 하지만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해요. 세바스찬은 로스앤젤레스 병원에 있고, 제가 그 옆에 있어야 해요.'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어. '미아, 조심해. 네 아빠는 얕볼 사람이 아니야. 쉽게 놔주지 않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결연한 표정이었어. '알겠어요, 엄마. 저랑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세바스찬 옆에 있어야 해요.'
우리의 대화의 무게가 무겁게 공기를 짓눌렀고, 나는 병원을 떠날 준비를 했어. 아버지가 세바스찬의 사고에 사악한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사실은,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에 복잡성을 더했어.
엄마의 목소리는 슬픔과 희망이 섞여 있었어. 그녀는 마지막 말을 꺼냈어. '언젠가 내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한 세월을 용서해주길 바라. 그리고 네가 찾고 있는 답을 찾기를 바라.'
무거운 마음으로 엄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