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장 쓸 필요 없음
“그냥 일부러 그런 거야.” 상담 선생님이 뭔가를 눈치챘는지, 자리에 앉는 표를 내려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어. “2반 시험장의 중간 자리는 감시가 제일 심하잖아. 이러면 로라는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근데…” 애들은 왜 교장 선생님이 이렇게 하셨는지 이해가 안 갔어.
상담 선생님은 표정을 굳혔어. “이건 학교 방침이야. 더 이상 질문하면 안 돼!”
2반 애들은 사무실에서 하나둘씩 나왔어.
다들 썩은 표정이었어. “로라 같은 불쌍한 애가 왜 우리랑 같은 시험장에 있어야 하는 거야?”
“다들 시험지 잘 지켜야 해. 촌뜨기가 계속 훔쳐볼지도 몰라.”
“내 말이.”
...
시간이 흘러 시험 보는 날이 왔어.
시험 시작할 때 로라는 시험장에 들어가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기 자리를 찾아서 바로 앉았어.
2반 애들은 시끄러워서 올려다봤는데, 로라가 이 시간에 오는 걸 보자 속으로 비웃었어.
역시, 가난한 애들은 시험장에 미리 들어오는 것도 모르는구나.
모두의 멸시하는 눈빛을 무시하고, 로라는 펜을 들고 시험지를 훑어본 다음, 빠르게 문제를 풀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이걸 보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고, 바보 같은 생각은 그만두고 다시 시험지에 집중했어.
벽에 걸린 시계가 째깍거리며, 시험장은 조용히 15분이 흘렀어.
“휙”, 이때, 종이 넘기는 소리는 천둥과 같았고, 모두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어.
로라가 아무 표정 없이 뒷면 두 쪽을 넘기는 걸 봤지, 휘리릭 휘리릭, 막 쓰기 시작했어.
다들 깜짝 놀라서, 저렇게 빨리 쓴다고?!
하지만 선생님이 매일 가르치는 ‘문제 만나면 죽어라 매달리지 말고, 바로 넘어가’라는 말을 떠올리자, 눈빛이 다시 멸시하는 눈빛으로 변했어.
그렇게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넘겼으니, 로라 수준이 얼마나 낮겠어? 아무 문제도 못 풀 텐데?
...
이제 작문만 남았어.
로라는 텅 빈 칸을 멍하니 바라봤어.
한참을 생각하더니, 펜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이어폰 두 개를 꺼내서 각각 사용했어.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고 잠들었지.
작문을 쓸 필요가 없었어, 그건 시간 낭비고 지루하잖아.
똑바른 자세에서, 뒤로 기댄 모습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감독 선생님은 본능적으로 로라의 책상으로 가서 시험지를 힐끗 봤어.
이렇게 많은 점수를 차지하는 작문을 포기했어?
감독 선생님은 실망했어, 상담 선생님에게 부탁받아서 로라가 부정행위를 하는지 감시해야 했는데, 로라가 그냥 포기해 버렸으니까.
고개를 흔들며, 감독 선생님은 로라를 깨우지 않고, 돌아서서 걸어갔어.
시험이 끝났어.
원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잠깐 쉬려고 했는데, 며칠 전에 밤을 새서 잠을 못 자서, 진짜 잠이 들었어...
로라는 입을 다물고, 졸린 듯 하품하며, 사람들 틈에 섞여 시험장에서 나왔어.
갑자기 익숙한 그림자가 코너에서 튀어나왔어. 백련화가 말했어, “언니, 요즘 제대로 못 쉬었어? 시험 보는데 어떻게 졸릴 수가 있어?”
로라는 눈을 비비고 자세히 봤는데, 릴리였어.
너무 지루해서 릴리도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서 가버렸어.
“언니, 왜 나 무시해…” 릴리가 따라가려고 했어.
“야, 그냥 쟤 신경 쓰지 마.” 2반 애들이 릴리를 막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