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인정
로라가 더 할 말이 없다고 느껴서, 뒤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슝 올라갔어. 밥은 로라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깜짝 놀란 상태에서 정신을 차렸어. 믿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그보다 더 짜증이 났어. 쟤는 그냥 시골뜨기인데, 어떻게 나를 이렇게 쉽게 이길 수 있는 거지? 이게 말이 돼?
...
로라는 자기 방으로 다시 들어갔어. 침대에 눕기 직전에, 주머니에 있는 폰이 울리는 걸 느꼈지. 마커스한테서 온 문자였어.
[네가 보낸 약 먹어봤는데 효과가 엄청 좋더라. 고마운 마음에 너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도 될까?]
로라는 "효과가 좋다"는 문구를 보자 기분이 좋아졌어. 자기가 정성껏 만든 약이었으니까. 근데 그 다음 내용을 보니까, 살짝 미소가 사라졌어. 저녁 식사? 귀찮은데, 마커스 같은 부자는 분명 엄청 비싼 레스토랑만 갈 거 아냐. 그런 데는 맨날 쓸데없는 사교 모임으로 가득하고...
로라는 대화창을 톡 눌렀어. 거절하려고 했는데, 글을 쓰다가 갑자기 마커스가 전에 자기를 많이 도와줬던 게 기억났어. 그냥 밥 한 끼 먹는 건데 뭐. 로라는 결국 승낙했어.
시간이 금방 흘러 정오가 됐어. "어른을 기다리게 하는 게 버릇없는 짓이라는 걸 아무도 안 가르쳐줬니?" 밥은 식탁에 앉아서, 아래층으로 내려온 로라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어. 쟤한테 별로 호감이 안 생겼어.
릴리가 일부러 부드럽게 말했어. "밥, 로라는 시골에서 막 왔잖아, 그래서 모르는 게 많아. 그냥 내버려 둬."
로라는 입술을 비틀며 아무 말도 안 했어. 자기를 기다렸다고? 아무도 저녁 먹으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누가 기다리라고 했대? "네, 네, 네, 제가 잘못했어요. 친구가 저녁 먹자고 해서, 여러분하고는 안 먹을게요."
나가기 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어. "어쨌든, 제가 눈엣가시죠."
그러고는 문을 쾅 닫았어.
"저게 무슨 뜻이야?" 밥은 너무 화가 나서 탁자를 쾅 쳤어. "내가 집에 온 첫날인데, 나를 존중하지도 않잖아!"
그러자 릴리가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말했어. "밥, 로라 탓하지 마. 쟤는 이 동네가 처음이고 친구도 없잖아. 같이 놀 사람이 생겨서 그런 거니까 좀 이해해 줘."
밥은 눈살을 찌푸렸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로라가 어떻게 친구를 사귀어서 밥까지 먹는 거지?
테일러 부인이 갑자기 코웃음을 쳤어. "시골뜨기가 무슨 친구를 사귀겠어? 수상한 애들하고 어울리는 거 아닐까 봐."
"엄마, 그만해. 일단 밥부터 먹자." 밥은 황급히 말을 막았어.
한편, 로라는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갔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멍해졌어. 나무로 지어진 식당이, 한적한 골목길에 조용히 서 있었어. 로라는 폰을 꺼내서 주소를 몇 번이나 확인했어.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어.
"여기서 뭐해?" 마커스였어.
정신을 차린 로라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폰을 집어넣고, 국수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
"아무것도 아냐, 그냥 네가 아직 안 온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