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94
바이브 편집장 피오나가 드디어 레드 카펫에 발을 들여놓자, 호스트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위니 록슬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피오나가 사인하는 걸 기다렸고, 그러고 나서 둘은 늘 하던 대로 사진을 찍고 레드 카펫 마지막 구간을 걸어 내려갔다.
행사장 내부 입구에서 웬디와 잡지사 PR 스태프들이 베이지색 숄을 들고 위니 록슬리가 실내용 옷으로 갈아입을 드레스 룸으로 안내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웬디는 조용히 귓속말로 속삭였다. “마르로 씨가 네 레드 카펫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
“아니.” 위니 록슬리는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웨이터를 불러 세워 얼음 물을 한 잔 집어 들었다. “그이는 시간이 없대.”
웬디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사업가 말은 못 믿어! 시간이 없다면서도 시간은 꼭 낸다니까!”
위니 록슬리는 자신의 옷차림을 보며 약간 망설였다. “...괜찮겠지?”
웬디는 진지하게 말했다. “정말 괜찮아? 수백만 명이 동시에 보고 있는데.”
위니 록슬리의 심장이 갑자기 쿵 내려앉았고,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긴장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이브닝 백의 은색 나비 모양 잠금 장치를 열고 재빨리 휴대폰을 꺼냈다.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와이어트 로빈슨과의 채팅을 열어 약간 망설이다가 물었다. 나 레드 카펫 끝냈어. 뭐 해?
와이어트 로빈슨: 나 혼자 생각 정리 좀 하는 중.
위니 록슬리의 머리가 갑자기 왈칵 솟아올랐고, 그녀의 마음은 꽉 죄어왔다. 그녀의 휴대폰은 손에서 미끄러져 카펫 위로 툭 떨어졌다.
그녀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었고, 거의 정신을 잃은 채 PR 팀을 따라 독점적인 메이크업 룸으로 향했다.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앤과 그녀의 어시스턴트가 다가오는 것을 막고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위니 록슬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르로 씨, 다 보셨어요?”
“네가 등장하는 부분만 봤어.” 와이어트 로빈슨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
위니 록슬리의 짧은 안도감은 사라지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벽에 기대어 카펫에 손을 비비며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보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녀는 속삭이며 불만을 내뱉었고,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무력감이 묻어났다.
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려 다소 애교 섞인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마르로 씨, 이제 보셨는데, 어떠세요?”
와이어트 로빈슨은 담배를 털어내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강한 도덕심과 일과 사생활의 명확한 경계를 가진 신사로서, 오늘 밤 당신은 너무 멋져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위니 록슬리는 약간 놀랐고, 그녀의 마음속 혼란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럼... 만약 당신이 그런 신사도 아니고, 도덕적이지도 않고, 일과 사생활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면 어떨 것 같아요?” 그녀는 거의 장난스럽게 물었다.
와이어트 로빈슨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의 시선에는 부드러운 눈빛이 담겨 있었다. “나를 기다려.”
위니 록슬리의 금발은 연회장으로 들어서면서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고, 마치 동화 속 숲의 여왕처럼 보였다. 우아하면서도 자유분방하고, 편안함과 자신감의 아우라를 발산했다.
저녁 식사는 원형 테이블로 준비되었고, PR 담당자가 위니 록슬리를 메인 테이블로 안내했다. 테이블 중앙에는 파란 수국이 만개하여 부드러운 향기를 뿜어냈고, 희미한 안개가 드리워져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각 좌석에는 손님의 이름이 명확하게 표시된 카드가 있었고, 세심하게 배열되어 있었으며, 모든 사람이 그들의 지위와 관계에 따라 배치되었다. 위니 록슬리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피오나, 아이비, 몇몇 잡지사 임원, 스폰서, 그리고 최고의 남우주연상 아론이 메인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좌석들은 신중하게 계획된 것이 분명했고, 그녀는 자신의 인맥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 아니었다.
분위기는 더욱 활기차졌고, 미아가 마지막으로 도착하여 위니 록슬리 옆 의자를 조용히 빼내 앉았다.
그 자리는 피오나의 자리였지만, 편집장은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빠 아직 오지 않았다.
“안녕, 위니 록슬리.” 미아가 공손하게 인사했다.
위니 록슬리는 회사 내 젊은 동료들을 항상 배려했고, 그녀의 미소는 따뜻하고 다정했으며, 업계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네가 무대 올라가는 거 봤어. 지난번보다 훨씬 더 편해 보여.”
미아는 약간 놀랐고, 고개를 숙였다. “아직 멀었어. 데이비드가 나보고 자신감이 부족하대서 너한테 배우라고 하더라.”
위니 록슬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배울 건 없어. 그냥 연습하면 쉬워져. 나도 시작할 때 너보다 훨씬 더 긴장했어. 사인하는 벽 앞에서 손도 가만히 못 잡았는데, 런웨이를 걷는 건 말할 것도 없지.”
미아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멜랑콜리한 기색이 엿보였다. “너는 정말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위니 록슬리는 미아의 말 속에서 미묘함을 감지하고 침착하게 물었다. “내가 깨닫지 못하는 게 뭔데? 와이어트에 관한 거야?”
미아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며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와이어트 로빈슨 씨가... 내가 네 젊었을 때 모습 같대.”
위니 록슬리는 그녀를 흘끗 보며, 미아가 무슨 뜻인지 조용히 생각하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미아는 위니 록슬리와 같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더 부드럽고 섬세했으며, 시대극에 적합했다. 그래서 그녀는 업계 최고는 아니었지만 팬층이 넓었고, 빠르게 명성을 얻었다. 회사는 그녀의 이미지를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순수함을 약간 곁들여 만들었다.
미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는 내가 그때 너 같대. 어리고, 야망에 가득 차 있고, 지는 걸 싫어하는.”
위니 록슬리는 잠시 멍해졌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미아는 입술을 꼬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는 널 좋아하지만, 너는 그가 너를 상류 사회에 진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신경 쓰지 않아. 너에게 그는 그냥 부자들을 위한 하인일 뿐이지.”
위니 록슬리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미아... 너 이제 막 업계에 들어섰잖아. 지금 이걸 다 깨달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미아의 어조는 갑자기 단호해졌다. “마르로 씨와 춤을 췄어.”
위니 록슬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차갑게 말했다. “그만해.”
미아는 그녀의 냉혹함에 위축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말했다. “나는 그냥 마르로 씨가 너무 고위층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올라가야 해. 그에 비하면 와이어트 로빈슨 씨가 더 현실적이야.”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냅킨을 부드럽게 비틀었고, 그녀의 눈은 약간 흐릿했다. “위니 록슬리, 넌 항상 와이어트 로빈슨 씨는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걸 고마워. 나에게는, 내가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남자가 좋은 남자야.”
미아는 일어섰고, 떠나면서 위니 록슬리를 껴안았다. “세트장에서 봐.”
위니 록슬리는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세트장에서 보라고? 미아는 얼마 전에 유명해졌는데, 어떻게 그녀와 같은 세트에 출연하게 될까?
하지만 그렇게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그녀가 그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